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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이 아닌 골목으로 돌아가는 이유

AUTHOR
Kwang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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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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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집까지 가장 빠른 길은 큰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신호등 두 개를 건너고 편의점을 지나면 도착한다. 지도에 표시된 시간도 거의 맞는다. 그런데 요즘은 중간에서 골목으로 들어간다. 건물 사이를 돌아 나오면 적어도 몇 분은 늦어진다.

처음에는 소음 때문이었다.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대화를 멈추는 큰길이 피곤했다. 골목에 들어서면 소리가 사라지는 대신 잘게 나뉜다.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 누군가 그릇을 포개는 소리, 문 앞을 쓸던 빗자루 소리가 각각 다른 거리에서 들린다.

길을 읽는 속도

큰길의 간판은 멀리서도 읽을 수 있다. 골목의 표시는 가까이 가야 보인다. 손으로 쓴 휴무 안내, 작은 화분에 꽂힌 이름표, 벽에 기대 놓은 분리수거 표지처럼 걸음과 비슷한 크기의 정보들이다. 빠르게 지나가면 놓치고 멈추면 읽히는 것들이 길의 속도를 정했다.

나는 그 골목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닫힌 가게 문 앞에서 한참 멈췄다. 언제부터 문이 파란색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익숙함이 관찰을 대신하고 있었다. 길을 자주 걷는 것과 길을 자세히 아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벽돌과 화분 사이로 이어지는 서울 계동 골목
벽돌과 화분 사이로 이어지는 서울 계동 골목 · 참고 이미지 · Caitlin James / Unsplash

돌아가는 시간이 남기는 것

골목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꼭 인사를 나누지는 않는다. 대신 늘 같은 시간에 물을 주는 사람, 서둘러 자전거를 꺼내는 사람을 알아본다. 이름을 몰라도 반복되는 장면은 하루의 기준이 된다. 화분이 안으로 들어가 있으면 비가 올 것 같고 가게 조명이 일찍 꺼지면 계절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도착한 뒤에는 돌아온 길의 시간을 거의 따지지 않는다. 잠깐 본 장면 하나가 남을 뿐이다. 오늘은 벽 아래로 늘어진 잎의 그림자였다.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도착했는지로만 길을 평가하면 이런 기억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매일 돌아갈 필요는 없다. 늦은 날에는 큰길로 곧장 간다. 다만 다른 속도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좋다. 산책을 별도의 일정으로 만들지 않아도 집에 돌아가는 평범한 이동 안에 작은 여백을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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