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이 아닌 골목으로 돌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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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wang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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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집까지 가장 빠른 길은 큰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신호등 두 개를 건너고 편의점을 지나면 도착한다. 지도에 표시된 시간도 거의 맞는다. 그런데 요즘은 중간에서 골목으로 들어간다. 건물 사이를 돌아 나오면 적어도 몇 분은 늦어진다.
처음에는 소음 때문이었다.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대화를 멈추는 큰길이 피곤했다. 골목에 들어서면 소리가 사라지는 대신 잘게 나뉜다.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 누군가 그릇을 포개는 소리, 문 앞을 쓸던 빗자루 소리가 각각 다른 거리에서 들린다.
길을 읽는 속도
큰길의 간판은 멀리서도 읽을 수 있다. 골목의 표시는 가까이 가야 보인다. 손으로 쓴 휴무 안내, 작은 화분에 꽂힌 이름표, 벽에 기대 놓은 분리수거 표지처럼 걸음과 비슷한 크기의 정보들이다. 빠르게 지나가면 놓치고 멈추면 읽히는 것들이 길의 속도를 정했다.
나는 그 골목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닫힌 가게 문 앞에서 한참 멈췄다. 언제부터 문이 파란색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익숙함이 관찰을 대신하고 있었다. 길을 자주 걷는 것과 길을 자세히 아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돌아가는 시간이 남기는 것
골목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꼭 인사를 나누지는 않는다. 대신 늘 같은 시간에 물을 주는 사람, 서둘러 자전거를 꺼내는 사람을 알아본다. 이름을 몰라도 반복되는 장면은 하루의 기준이 된다. 화분이 안으로 들어가 있으면 비가 올 것 같고 가게 조명이 일찍 꺼지면 계절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도착한 뒤에는 돌아온 길의 시간을 거의 따지지 않는다. 잠깐 본 장면 하나가 남을 뿐이다. 오늘은 벽 아래로 늘어진 잎의 그림자였다.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도착했는지로만 길을 평가하면 이런 기억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매일 돌아갈 필요는 없다. 늦은 날에는 큰길로 곧장 간다. 다만 다른 속도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좋다. 산책을 별도의 일정으로 만들지 않아도 집에 돌아가는 평범한 이동 안에 작은 여백을 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