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비워 두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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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wang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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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트를 사면 한동안 첫 장을 펴 놓는다. 제목을 정하고 날짜를 적으려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덮는다. 좋은 문장으로 시작하면 끝까지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다. 첫 장이 노트 전체의 성격을 결정할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에는 두 번째 장부터 썼다. 장바구니에 넣을 물건 세 개와 전화할 곳 하나를 적었다. 첫 장은 여전히 비어 있었지만 노트는 이미 쓰는 물건이 되었다. 며칠 뒤 페이지 사이에 영수증을 끼웠고 모서리가 접혔다. 새것을 잘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줄었다.
빈 장은 계획에 실패했다는 표시가 아니었다. 순서대로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작은 허락에 가까웠다. 나중에 돌아와 이름을 적어도 되고 끝까지 비워 두어도 된다. 기록을 위한 도구가 기록의 문턱을 높이지 않으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