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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창문이 보여 주지 않는 것

AUTHOR
Kwang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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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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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유리에 맺히자 건너편 건물의 창틀이 흐려졌다. 멀리 있는 간판도 읽을 수 없게 됐다. 대신 붉은 불빛과 녹색 나무가 큰 색면으로 남았다. 늘 분주하게 읽던 풍경을 오늘은 문장 없이 바라보았다.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맞추려 했지만 유리 표면과 바깥 풍경 사이를 오갔다. 어느 쪽을 선명하게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결국 빗방울에 초점을 맞췄다. 도시의 형태보다 작은 물방울이 굴러가는 경로가 이날의 장면에 더 가까웠다.

빗방울 맺힌 유리 너머로 흐릿해진 거리
빗방울 맺힌 유리 너머로 흐릿해진 거리 · 참고 이미지 · Syuhei Inoue / Unsplash

흐려져도 남는 정보

대상의 이름을 알아보지 못해도 분위기는 읽을 수 있다. 버스가 지나갈 때 길게 움직이는 밝은 면, 횡단보도 앞에서 한동안 멈춘 어두운 덩어리, 창을 열 때 잠깐 바뀌는 사각형. 세부가 사라지자 각자의 움직임이 먼저 보였다.

화면을 만들 때도 정보를 더 넣는 것보다 덜 선명하게 둘 부분을 정하는 일이 어렵다. 모두 강조하면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비가 내리는 창은 중요하지 않은 세부를 우연히 지워 주었고, 나는 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장면을 이해했다.

그렇다고 흐림이 늘 편안한 것은 아니다. 정류장에서 버스 번호를 확인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선명함이 필요하다. 같은 풍경도 무엇을 하려는지에 따라 좋은 상태가 달라진다. 오늘의 나는 어디로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흐린 창을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비가 그친 뒤 유리에는 마른 자국이 남았다. 풍경은 다시 읽을 수 있게 됐지만 나는 한동안 색부터 보았다. 잠깐 달라진 시선이 원래 장면으로 돌아온 뒤에도 조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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