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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꽂지 않고 포개어 놓았다

AUTHOR
Kwang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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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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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책 네 권이 포개져 있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과 이미 읽은 책이 섞여 있다. 분류표로 보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이 작은 더미에서 책을 집어 드는 횟수는 책장 앞에 서는 횟수보다 많다.

세로로 꽂힌 책은 제목을 먼저 보여 준다. 가로로 포갠 책은 표지와 페이지의 두께를 보여 준다. 가장 위에 놓인 책을 치우면 아래 책의 일부가 드러난다. 선택은 검색보다 발견에 가까워진다.

창가에 포개어 놓은 책들
창가에 포개어 놓은 책들 · 참고 이미지 · Eileen Martin / Unsplash

하루는 맨 아래 책을 꺼내다가 사이에 끼워 둔 버스 표를 발견했다. 어느 문장에 표시했는지는 잊었는데 읽던 장소는 떠올랐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기록이었다.

물론 더미가 너무 높아지면 아무것도 꺼내지 않게 된다. 그래서 다섯 권이 넘으면 한 권을 책장으로 돌려보낸다. 정돈과 흩어짐 사이에서 정답을 찾는 대신, 손을 뻗을 수 있는 높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지금 내 독서에는 그 정도 규칙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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