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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문장, 다른 여백

AUTHOR
Kwang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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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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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단을 두 장의 종이에 인쇄했다. 글자와 크기는 같고 여백만 달랐다. 첫 번째는 종이 가장자리까지 길게 이어졌고 두 번째는 가운데 좁은 폭에 담겼다. 내용은 같은데 두 번째 문장을 읽을 때 호흡이 더 자주 끊겼다.

줄이 짧아지면 언제나 읽기 쉽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너무 짧은 줄에서는 시선이 자주 다음 줄을 찾아야 했다. 긴 단어 하나가 줄을 차지하면 문단의 오른쪽에 큰 빈틈이 생겼다. 넉넉해 보이는 지면과 편하게 읽히는 지면은 같은 기준으로 정할 수 없었다.

문단의 관계를 표시하기

문단 사이를 모두 넓히니 글이 여러 개의 짧은 선언처럼 보였다. 같은 생각을 이어가는 문단까지 따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문단 간격을 줄이고 새로운 소제목 앞에만 큰 여백을 두었다. 어디서 잠시 멈추고 어디서 계속 읽어야 하는지 조금 더 분명해졌다.

빈 스프링 노트 위에 놓인 나무 연필
빈 스프링 노트 위에 놓인 나무 연필 · 참고 이미지 · Kelly Sikkema / Unsplash
나무 탁자에 놓인 빈 노트와 펜, 커피
나무 탁자에 놓인 빈 노트와 펜, 커피 · 참고 이미지 · Kelly Sikkema / Unsplash

질문과 답변의 간격도 바꿨다. 질문 바로 아래에 답이 붙어 있을 때는 둘이 한 묶음으로 읽혔다. 다음 질문 앞에 조금 더 넓은 여백을 두자 대화의 차례가 눈에 들어왔다. 질문을 굵게 쓰지 않아도 구분할 수 있었다.

이런 차이는 한 장의 정지 화면만 보면 쉽게 지나친다. 위에서 아래로 실제 문장을 읽어야 어색함이 드러난다. 화면을 검토할 때도 크기와 정렬만 확인한 뒤 끝내지 않고, 처음부터 마지막 문단까지 소리 없이 읽어 보려고 한다.

여백은 남은 공간을 채우지 않은 결과가 아니었다. 어떤 내용이 서로 가까운지, 어디서 주제가 바뀌는지 전달하는 또 하나의 편집이었다. 글을 다 쓴 뒤에도 문장 밖에서 할 일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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