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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지 않은 산책

AUTHOR
Kwang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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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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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대전화 배터리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돌아가 충전할까 고민하다가 그대로 걸었다. 사진을 찍지 않기로 정하고 나니 무엇을 놓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골목 모퉁이에는 빛이 좋았다. 벽 아래의 화분, 지나가는 사람의 그림자, 젖은 아스팔트가 한 장면에 모였다. 평소라면 카메라를 켜고 화면 안에서 구도를 찾았을 것이다. 대신 발을 조금 뒤로 물리고 직접 보았다. 화면이 없어도 시선을 옮기는 일은 남아 있었다.

기억에 남은 장면

집에 돌아와 기억나는 것을 적었다. 놀랍게도 가장 보기 좋았던 모퉁이보다 빵집 앞의 냄새와 경사진 길에서 신발 밑창이 낸 소리가 먼저 떠올랐다. 사진으로 저장할 수 없는 감각을 그동안 덜 기록해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낮은 집들과 전선 사이로 이어지는 신촌 골목
낮은 집들과 전선 사이로 이어지는 신촌 골목 · 참고 이미지 · Dohyuk You / Unsplash

장면을 찍을 때 나는 빠르게 안심한다. 저장했으니 잊어도 된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 안심은 편리하지만, 어떤 날에는 충분히 보기도 전에 시선을 거두게 만든다. 기록이 관찰을 이어 주기도 하고 끝내기도 한다.

카메라를 두고 다니자는 결론은 아니다. 다음 산책에서는 찍기 전에 조금 기다려 보려고 한다. 셔터를 누른 뒤에도 잠깐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한 장과 사진 바깥의 기억을 함께 남길 수 있는 속도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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